사랑하는 내동생,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나는 아주아주 잘 지내고 있어. 너무너무 잘 먹어서 살도 많이 쪘어. 한국은 엄청 추워서 다들 난리더라. 너는 좀 버틸만해? 내가 만약에 한국에 있었더라면 정말 동사했을지도 몰라. -.,-
요즘은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호텔에서 지내. 언니 2명하고 같은 방을 쓰고, 오전은 호텔에서 조식이 나오고, 점심은 학원에서, 저녁은 직접 만들어 먹어. 일본인이 운영하는 호텔이라 아침 너무 맛있어 ㅠ_ㅠ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난 우리방의 요리사가 되었어. ㅋㅋㅋㅋ 나 의외로 요리잘하잖아. 여기서도 닭도리탕 반응 뜨거워서 허구헌날 닭도리탕 만들고, 뭐 이것저것 암튼 내가 요리해. 나 간지나지? 으흐흐흣,
저녁에는 반주로 맥주 한캔씩 하고 있어 ㅡ.,ㅡ 음... 정말이야.. 한캔..... 혼자 지내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몰라.ㅋㅋ
호텔에서는 1월달까지 지내. 현지적응훈련기간인데,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스페인어랑 과라니어 수업을 들어. 과라니는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언어지만, 뭐 콧소리 완전 많이 섞어주면 대충 따라는 할 수 있어. 스페인어가 빨리 늘었으면 좋겠는데 생각처럼 쉽지않아.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는 해. 주말에는 쉬고, 주일에는 근처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어.
2월달부터는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로 파견될거야. 수도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데, 완전 시골이래. ㅋㅋㅋ 그래도 5~6 시간 떨어져 가는 사람들보다는 양호한편인 것 같아. 이제 집도 구해야 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야해. 혼자 살게 되는 것에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근데 뭐든 잘 될 것 같아. 난 멋진여자니까. ㅋㅋ
여긴 너무 덥다. 37~38도는 기본이고, 스콜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소나기가 내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천둥번개치고, 또 언제그랬냐는 듯 개이고. 산이 없어서 하늘이 낮게 느껴지는 곳이야. 수도지만 높은 건물도 별로 없어.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보면 멀리는 아르헨티나 국경까지 보여.
채소, 과일, 고기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데 공산품은 한국이랑 거의 비슷해. 있을 건 다있는게 신기하다고나 할까. 특히 한인식품점 가면 이것저것 다 있어서 요즘은 한국음식만 해먹고 있어. ㅋㅋ 일회용렌즈랑 세정액같은건 한국의 3~4배정도 가격이라서 도저히 살수가 없어. 난 여기가 더 저렴할 줄 알고 안사왔는데 완전 피봤어. ㅠ_ㅠ 그래서 오빠한테 사서 좀 보내달라고 어제 부탁했지 뭐. ㅋㅋ 보름에서 한달정도 걸린다고 하더라구,
같이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좋아. 12월 30일에는 파라과이 대사관에서 송년파티 했는데, 우리가 장기하와 얼굴들 패러디 해서 대박났어. ㅋㅋ 남자애 하나가 장기하 역할 하고, 나머지는 모션으로 악기랑 스피커. (참고로 난 스피커라서 앞에 드러누워 있었어 -.,-) ㅋㅋ
지금도 비온다. 천둥번개치고,
오늘은 우리방 룸메이트 언니 생일이라서 다같이 모여 밥먹을 거야. 호텔 19층 스카이라운지에 가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데 거기가서 생일파티하기로 했어. 언니 몰래 깜짝 선물 사서 선물했더니 언니가 감동받아서 기분 좋았어.
나 또 엄청 타고 있어. 발등에 쪼리 자국은 기본이고 팔뚝엔 하얀티셔츠 입고 있어. 그냥 여기서 민소매 티셔츠 얼른 사서 차라리 예쁘게 태울려고. - _- 겨드랑이 제모를 하고 왔어야 하는건데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 한국에 돌아가면 제모를 하고 얼굴에 점을 빼야지_ 라고 다짐하고 있어. 아직 23개월 남았다야. ㅋㅋ
너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좀 시렸어.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무엇보다 미안. 내동생 얼마나 울었을까, 며칠을 잠도 못자고 뒤척였을까, 밥은 잘 먹고 있는걸까, 행여 몸이 아프지는 않았을까. 어느새 부쩍 자랐지만 그래도 고생스러울텐데.. 근데 내가 사랑하는 내동생은 언제나 잘 이겨내더라고, 되려 내가 부끄러울만큼말야. 지금도 그렇게 잘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그리고 니가 사랑하는 네 언니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어. 좀 더 깊게 생각하는 법, 내 부족함을 채워가는 법, 나를 다스려가는 법, 이것저것 나에게 있어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배워가려고 해. 지금은 사실 힘든것도 없고, 너무 편하게 지내고 있지만 2월이 되어서 혼자 지내게 되면 조금 많이 고생할 것도 같아. 그래도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까.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내가 느꼈던 감정들, 내가 꾸었던 꿈들, 그리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더욱 넘치는 그 많은 것들.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있어.
사랑해. ^ ^
2010년 1월 8일
-네 언니
-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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