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퍼마켓에 가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단단한 양파를 골라 담는 것도 꽤나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일은 재료를 다듬고 나서 잘 달궈진 팬에 넣었을 때의 소리와 냄새다. 버터에 지글지글 볶다가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토마토 소스를 촤악하고 붓는 일. 적당히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난 뒤 이번에는 어떤 맛이 날까 기다리는 설렘은 소소한 기쁨이랄까.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건 요리할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이다.
예전엔 내가 한 요리를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게 더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내가 맛있게 먹는 일이 그렇게 좋다. 훌륭한 재료들을 사다 정성들여 요리한 후 내가 한 입 먹었을 때의 만족스러움! 이렇게 나는 혼자 살 팔자가 되어가는가 보다 라고 말하기엔 그저 내가 나를 더 아낄 줄 알게 되어 뿌듯한 기분이 더 크다. (물론 아직도 나는 다른 이에게 요리하는 걸 즐긴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우울해질 때면 마트에 간다. 싱싱한 채소를 담고, 신기한 향신료도 추가하고, 처음보는 맥주를 골라담아서 요리를 시작한다. 나는 안다. 이런 일들이 나를 조금이나마 기운나게 한다는 걸. 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 마음을 먹게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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