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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한국을 떠날때까지만 해도 난 알지 못했지...
美鈴娘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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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ing'에 해당되는 글 140

  1. 2015.06.09 감자랑 양파랑 당근이랑 지글지글 볶다가 토마토 소스 촤악
  2. 2015.05.28 애매한 관계
  3. 2015.05.08 Guanajuato, Mexico
  4. 2015.05.08 힘 내, Animo
  5. 2015.05.07 새로운 것이 두려워 죽겠다.
  6. 2013.08.26 콜롬비아 D+260
  7. 2012.10.23
  8. 2012.08.23 행복하게. : )
  9. 2012.08.16 중얼거림
  10. 2012.07.23 아름다운 인생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퍼마켓에 가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단단한 양파를 골라 담는 것도 꽤나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일은 재료를 다듬고 나서 잘 달궈진 팬에 넣었을 때의 소리와 냄새다. 버터에 지글지글 볶다가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토마토 소스를 촤악하고 붓는 일. 적당히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난 뒤 이번에는 어떤 맛이 날까 기다리는 설렘은 소소한 기쁨이랄까.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건 요리할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이다. 

예전엔 내가 한 요리를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게 더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내가 맛있게 먹는 일이 그렇게 좋다. 훌륭한 재료들을 사다 정성들여 요리한 후 내가 한 입 먹었을 때의 만족스러움! 이렇게 나는 혼자 살 팔자가 되어가는가 보다 라고 말하기엔 그저 내가 나를 더 아낄 줄 알게 되어 뿌듯한 기분이 더 크다. (물론 아직도 나는 다른 이에게 요리하는 걸 즐긴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우울해질 때면 마트에 간다. 싱싱한 채소를 담고, 신기한 향신료도 추가하고, 처음보는 맥주를 골라담아서 요리를 시작한다. 나는 안다. 이런 일들이 나를 조금이나마 기운나게 한다는 걸. 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 마음을 먹게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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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관계

2015. 5. 28. 09:36 | Posted by 美鈴娘子

좋아한다고 고백하기엔 뭐한 그런 애매한 관계가 있다. 분명 호감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오버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는 계속 신경쓰이는 그런 사람. 그쪽에서 먼저 나에게 좋다고 말해주길 기다리게 되는, 은근 기대하게 되는 그런 사람. 

만약에 물리적 거리가 조금이나마 가까웠더라면 한번 시도해봤을까? 그랬을 거 같다. 그냥 한 번 던져 봤겠지.  나 좀 좋아해주면 안돼? 라고.  사랑은 타이밍이라는데, 

얼른 남자친구 만나라는 그 사람의 말이 조금은 서운했다. 니가 뭐가 부족해서 연애를 못하냐는 말에 니가 만나줄거 아니면 그런소리마 라고 하고 싶었다. 

관계라는 건 어느 한쪽에서 훅 치고 들어와줘야 하는데 양쪽다 너무 조심스럽다는게 느껴진다. 물리적 거리 때문인걸까. 시작했다가 친구도 아닌 그런관계가 되어버릴까봐 망설이는 걸까. 

여기에서 다른 좋은 사람이 생기면, 그저 스쳐지나 가버릴 그런 성숙하지 못한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신경쓰이니까. 보고 싶은 생각도 드니까. 내 옆에 당신이 있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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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najuato, Mexico

2015. 5. 8. 02:51 | Posted by 美鈴娘子


Guanajuato, Mexico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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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내, Animo

2015. 5. 8. 02:47 | Posted by 美鈴娘子

상대방에게 힘 내, 기운내라고 말하고 싶을 때 'Animo'. '아니모' 라고 읽는다. 


내가 이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나도 이니셜을 따서 A, J, K, L 정도라고 해두자. 저녁 식사를 함께 했던 A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스타일인 A는 업무로드가 걸린 듯 했다. 분위기 메이커인 J 가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갔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일을 해야겠다며 돌아가는 A의 뒷모습이 약간 버거워 보였다. 

그날 밤, K는 예전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방해하지 않고 그저 그 순간을 즐기기를 바랬다. 

그냥 가만히 옆에 있는 것도 좋겠지만, 마음은 표현하는 거랬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당신들에게 짧은 한 마디. Animo. 힘 내. 

내가 위로 받고 싶을 때 듣고 싶은 말. 따뜻한 눈빛, 다독이는 손길과 함께 Animo. 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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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두려워 죽겠다.

2015. 5. 7. 03:04 | Posted by 美鈴娘子

한 번 엮인 남미와의 인연은 도무지 쉬이 끊어지지 않는다. 콜롬비아가 마지막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으로 왔지만 이게 웬걸.. 또 나라를 옮겨 새로운 시작이다. 올해 생일은 빼도박도 못하게 만으로도 서른. 서른이란 말이다 서른. 그런데 왜 또 철저하게 낯선 곳에서 철저하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지 나도 내가 어렵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 심지어 그 나라 말도 모르는 곳에서 어쩌자고 나는 시작하겠다고 한걸까. 2년 반 전에 콜롬비아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무섭지 않았는데... 다시 갈 생각을 하니 심장이 쫄깃쫄깃 해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 긴장한 심장이 너무 과도하게 일해서 심장벽이 하루하루 얇아지고, 좌심방에서 좌심실 간의 판막이 파르르 떨고 있는..(이건 요즘 또다시 시작한 그레이 아나토미의 영향이다. 백수 생활 3개월 하더니 미친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있다. 늘 하던 것처럼 성실하게, 눈치있게 그리고 약간의 센스를 가미하면 회사생활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며, 늘 그렇든 무난한 취향을 가져간다면 생활하는 데 있어서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알면서도, 이렇게 잘 알면서도 무서운것 혹시나 실패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일테지. 실패를 한 후 수습을 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오싹한 느낌. 나이가 들수록 안주할 수 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일테지. 

서른이 되면, 나는 내 인생이 대충 그려질 줄 알았다. 어딘가에 적당히 뿌리를 내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당장 3년 후를 모르겠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라고들 하지만, 난 그저 잔뜩 긴장해있는 상태일 뿐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전혀 믿지 않겠지만 나는 무섭단 말이다.  

이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내가 찾은 가장 괜찮은 방법은 감사하는 거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하루에. 잘되었든 못되었든 감사하는 것.  미래, 꿈, 희망을 논하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 순간에 감사하기. 

 안디노 쇼핑몰 옆 스타벅스 지하에 처박혀 시나몬 가루 잔뜩뿌린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적당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순간에 나는 몹시도 감사하고 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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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D+260

2013. 8. 26. 12:34 | Posted by 美鈴娘子

외롭다고 생각했다. 미친듯이 외롭다고. 파라과이에 있을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외로움. 봄처럼 살아라 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났고, 시끌벅적한 친구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눈물이 났다.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생각이 나서 울었고, 벚꽃이 보고 싶어 또 울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하고 퇴근할 때 쯤 되면 찾아오는 공허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무겁게 짓누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겹다.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으면 낫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내 주위에 진심이 없는 것 같아 두렵다. 징징대는 나에게 되려 너 그러라고 전화한거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니가. 친구가 생기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친구 생기라는 기도는 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니가. 나는 그립다.

새빨간 립스틱을 샀다. 새까만 아이쉐도우를 샀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기는 싫어 화장을 하기로 했다. 비에 젖은 거리를 지나는 차 소리를 들으며, 짧은 한 숨을 내쉬고. 나는 괜찮지 않다고 내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지 않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주위에 너무 가득가득 차버린 공백들이, 비어있음으로 인해 괜찮지 않아.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이 없어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어서. 나는 정말 괜찮지 않아. 무너져 내리고 있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울고 웃을테니 괜찮다고. 덤벙거리는 성격에 여기저기 자주 멍이 들고 상처가 나지만, 이 또한 나을테니 괜찮다고.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임을, 또 다시 조금씩 일어설 것임을 알기때문에 괜찮다고.

정말 오랜만에,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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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23. 22:07 | Posted by 美鈴娘子

오랜만에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뒤적거리며 예전에 난 어땠는지 살폈다. 책을 읽고 짧게 짧게 리뷰를 적어둔 사진폴더를 보며 참 많이 반성하게 됐다.

나 예전에 정말 책 많이 읽었었구나_ 싶은게. 평소에 꾸준히 읽는다기 보다는 한번에 많은 책을 읽었던 내 대학시절. 책이 가득한 도서관 열람실은 내가 즐겨찾는 곳 중 하나였다. 왠지 모를 무거운 공기, 낡은 책과 새 책이 뒤섞여 있는 향기. 약간은 똥이 마려울 것 같은 긴장감. 쥐뿔도 모르는 전문서적을 뒤적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연기.

어찌 되었든 그 때 읽었던 책들이 분명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간을 헤쳐나가는 데, 잠시 그 순간을 잊거나 혹은 해결방법을 찾거나.

출퇴근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이틀만에 기욤 뮈소의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열심히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렸던 그 시간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 책 3권을 샀다. 한 권은 조금은 지쳐보이는 친구를 위해_ 또 한 권은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_ 그리고 또 한권은 나를 위해.

쌀쌀한 가을밤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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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23. 00:16 | Posted by 美鈴娘子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음식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것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클럽은 나와 매우 거리가 먼 곳이다. 거 참 재미없게도 살았구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굳이 위의 목록들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담배맛이 너무 궁금해 친구의 담배를 빼앗아 한모금 빨고는 생각보다 고소한 연기에 놀라긴 했지만 이걸 왜 굳이 피워야 하나 싶어 관두었고, 가끔 한 두잔 하는 맥주를 제외한 술은 맛이 없어서 못마시겠다. 맛있는 음식도 조금 많이 먹었다 싶으면 과도한 포만감에 금세 부담스러워지고, 클럽의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와 그 음산한 분위기는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시원한 여름비, 막 돋아난 입사귀의 싱그러운 연두색, 비온 뒤의 숲냄새, 읽지 않아도 가득 쌓아둔 책들, 손편지 쓰는 일, 웃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편안한 기타반주가 예쁜 노래들,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친구들과의 수다. 그리고 기타 등등

나는 일탈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실천할 뿐인게 아닐까.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오늘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짙을 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 나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결정을 내렸다. 사실은 무섭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무섭지 않은 척, 겁나지 않은 척 하는 것이라는게 조금 위안이 된다.

순간순간 엄습하는 향수에 몸부림치게 될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보다 확실한 건_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나는 겁나지 않은 척 웃을 것이다. 어깨를 펴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새로운 곳을 바라볼 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그 순간에 감사할 것이고, 과거에 내린 나의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보테로 박물관의 후안발데스에 가는 것이 나의 새로운 기쁨이 될 것이고, 몬세라떼 언덕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겠지. 일이 끝난 뒤 비어컴퍼니 쎄르베사의 청량감,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우는 즐거움. 어느새 새로운 것들에 금방 익숙해져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그리고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또 행복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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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림

2012. 8. 16. 09:48 | Posted by 美鈴娘子

요즘 목이 마른 상태와 배가 고픈 상태가 헷갈린다. 배가 고픈 것 같아 밥을 먹다보면 아, 내가 목이 말랐었구나 깨닫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보면 배가 고팠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먹어온 수많은 끼니들 중 몇 퍼센트 정도는 배고픈게 아니라 목마른 상태에서 먹은 것일수도 있겠다 싶은게, 만약 그걸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나 조금은 더 날씬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새벽에 잠을 꺨 정도로 비를 퍼붓던 하늘엔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내심 하루종일 비가 내리면 좋겠다 했건만, 쨍쨍한 매미 울음 소리만이 빗소리를 대신해 허공을 가른다.

요즘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서울 왔다갔다하며 대전을 지날 때마다 할아버지 살아계실 때 모습이 아른아른 하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듣고 싶다.

책을 읽어야 겠다. 뭐라도 읽어야 겠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게 너무나도 힘든 요즘. 그래도 책을 읽어야겠다. 활자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다시 무엇인가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 잠시 머릿속을 괴롭히는 것들을 잊는 법을 기억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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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2012. 7. 23. 00:53 | Posted by 美鈴娘子

행복이라는 건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하지 않은 상태보다 행복한 상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 해야하는 게 아닐까.

운동화를 신고 야구모자를 쓰고 노래를 들으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까지 뛰고 나면 온 몸에 땀이 베어난다. 처음엔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할 만하다. 그리고나서 시원한 물을 한 잔 들이키고 샤워를 하고 선풍기 앞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뭐 어떠랴.  

'말'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닫는 요즘이다. 예쁜말, 희망에 가득찬 말, 착한말들만을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노력하며 예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날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고백하는 삶 말이다.

나의 추상적인 장래희망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거다. 나의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 나에게 다가오는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나이먹는다는 것의 기쁨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나의 삶을 방관자적 자세로 보지 않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뜨겁게 사랑하고, 따뜻하게 보듬어가는 것.

지금 2012년, 무더운 여름에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어떻게 변해갈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글귀. "Abedules, enseñame que soy nada y soy digna de vivir" 한글로 해석하자면 '자작나무여 가르쳐주세요. 나는 아무것도 아님을. 그리고 나는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_  자의적으로 해석하자면 몇번이고 새롭게 풀어보겠지만, 사실 나는 작가의 의도를 모른다. 내가 본질적으로 저 문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을 쳤던 글귀. 저 문장을 더 깊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왠지 모르게 아름다움이란 것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못견디게 무더운 여름이다. 2년만에 찾아온 한국의 여름은 공기가 흠뻑 머금은 습기들로 사람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비는 내린다. 언젠가 비는 꼭 내린다. 그리고 숨막힐듯한 뜨거움이 있어 여름비는 더욱 감격스럽다.

감사하자. 뜨거운 햇볕을, 시원한 여름비를. 하루하루 더욱 아름다워질 나의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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