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음식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것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클럽은 나와 매우 거리가 먼 곳이다. 거 참 재미없게도 살았구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굳이 위의 목록들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담배맛이 너무 궁금해 친구의 담배를 빼앗아 한모금 빨고는 생각보다 고소한 연기에 놀라긴 했지만 이걸 왜 굳이 피워야 하나 싶어 관두었고, 가끔 한 두잔 하는 맥주를 제외한 술은 맛이 없어서 못마시겠다. 맛있는 음식도 조금 많이 먹었다 싶으면 과도한 포만감에 금세 부담스러워지고, 클럽의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와 그 음산한 분위기는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시원한 여름비, 막 돋아난 입사귀의 싱그러운 연두색, 비온 뒤의 숲냄새, 읽지 않아도 가득 쌓아둔 책들, 손편지 쓰는 일, 웃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편안한 기타반주가 예쁜 노래들,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친구들과의 수다. 그리고 기타 등등
나는 일탈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실천할 뿐인게 아닐까.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오늘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짙을 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 나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결정을 내렸다. 사실은 무섭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무섭지 않은 척, 겁나지 않은 척 하는 것이라는게 조금 위안이 된다.
순간순간 엄습하는 향수에 몸부림치게 될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보다 확실한 건_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나는 겁나지 않은 척 웃을 것이다. 어깨를 펴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새로운 곳을 바라볼 것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그 순간에 감사할 것이고, 과거에 내린 나의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보테로 박물관의 후안발데스에 가는 것이 나의 새로운 기쁨이 될 것이고, 몬세라떼 언덕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겠지. 일이 끝난 뒤 비어컴퍼니 쎄르베사의 청량감,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우는 즐거움. 어느새 새로운 것들에 금방 익숙해져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그리고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또 행복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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