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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D+260

2013. 8. 26. 12:34 | Posted by 美鈴娘子

외롭다고 생각했다. 미친듯이 외롭다고. 파라과이에 있을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외로움. 봄처럼 살아라 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났고, 시끌벅적한 친구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눈물이 났다.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생각이 나서 울었고, 벚꽃이 보고 싶어 또 울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하고 퇴근할 때 쯤 되면 찾아오는 공허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무겁게 짓누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겹다.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으면 낫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내 주위에 진심이 없는 것 같아 두렵다. 징징대는 나에게 되려 너 그러라고 전화한거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니가. 친구가 생기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친구 생기라는 기도는 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니가. 나는 그립다.

새빨간 립스틱을 샀다. 새까만 아이쉐도우를 샀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기는 싫어 화장을 하기로 했다. 비에 젖은 거리를 지나는 차 소리를 들으며, 짧은 한 숨을 내쉬고. 나는 괜찮지 않다고 내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지 않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주위에 너무 가득가득 차버린 공백들이, 비어있음으로 인해 괜찮지 않아.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이 없어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어서. 나는 정말 괜찮지 않아. 무너져 내리고 있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울고 웃을테니 괜찮다고. 덤벙거리는 성격에 여기저기 자주 멍이 들고 상처가 나지만, 이 또한 나을테니 괜찮다고.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임을, 또 다시 조금씩 일어설 것임을 알기때문에 괜찮다고.

정말 오랜만에,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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