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고 생각했다. 미친듯이 외롭다고. 파라과이에 있을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외로움. 봄처럼 살아라 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났고, 시끌벅적한 친구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눈물이 났다.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생각이 나서 울었고, 벚꽃이 보고 싶어 또 울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을하고 퇴근할 때 쯤 되면 찾아오는 공허함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무겁게 짓누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겹다.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으면 낫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내 주위에 진심이 없는 것 같아 두렵다. 징징대는 나에게 되려 너 그러라고 전화한거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니가. 친구가 생기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친구 생기라는 기도는 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니가. 나는 그립다.
새빨간 립스틱을 샀다. 새까만 아이쉐도우를 샀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기는 싫어 화장을 하기로 했다. 비에 젖은 거리를 지나는 차 소리를 들으며, 짧은 한 숨을 내쉬고. 나는 괜찮지 않다고 내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지 않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주위에 너무 가득가득 차버린 공백들이, 비어있음으로 인해 괜찮지 않아.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이 없어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없어서. 나는 정말 괜찮지 않아. 무너져 내리고 있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울고 웃을테니 괜찮다고. 덤벙거리는 성격에 여기저기 자주 멍이 들고 상처가 나지만, 이 또한 나을테니 괜찮다고.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임을, 또 다시 조금씩 일어설 것임을 알기때문에 괜찮다고.
정말 오랜만에,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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