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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한국을 떠날때까지만 해도 난 알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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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2009. 10. 2. 08:43 | Posted by 美鈴娘子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누구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서 불가능한 일들을 믿고 싶어하는 듯하다.

 

12페이지 4번째 단락 1번째 줄

 

헥터 만이 뜻하지 않게도

내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의 상황은 그러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심지어는 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겨울로 막 접어들려던 무렵,

그러니까 나무들이 마침내 잎을 다 떨어뜨리고

어느 때라도 첫눈이 내릴 것 같던 무렵의 어느 날 밤,

어쩌다 우연히 텔레비전으로

그의 오래된 영화를 한 편 클립한 것을 보았는데 그게 나를 웃겼다.

지금 이 말이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들리 수도 있겠지만,

6월 이후로 내가 뭘 보고서 웃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뜻밖에도 내 가슴속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며

허파가 들먹이기 시작하자

나는 내가 아직 완전히 바닥을 보지는 않았다는 것,

나의 일부가 여전히 계속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17페이지 3번째 단락 1번째 줄

 

 

그 권총에 든 탄환들에 내가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구멍들, 의미 없는 벌어진 틈새들,

정신이 건널 수 없는 미세한 균열들로 가득 차 있엇는데,

만일 우리가 그런 구멍들 중 하나의 건너편에 있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144페이지 9번째 줄

 

 

 

나한테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고 믿게 하면서

고약한 상상으로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죠.

누군가가 내게 내가 하고 싶은 바로 그 말을 해주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에요.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런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378페이지 2번째 줄

 

 

 

당신은 어딘가에서부터 시작했고

거기에서부터 아무리 멀리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언제나 결국은 그 자리로 돌아갈 거에요.

 

400페이지 2번째 단락 1번째 줄

 

 

 

역사의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이 하루 만에 이울지만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나 살아서 죽는다.

삶을 헤쳐 나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서너 가지 모습을 뒤에 남기는데

그 하나하나의 모습은 다른 모습과 다르다.

우리는 과거라는 안개 너머로 다른 시대의 우리 초상들을 보듯

그 모습들을 본다.

407페이지 5번째 줄

 

 

세상에는 정신을 망가뜨리는 생각들, 너무도 강력하고 불온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인성을 어지럽히는 생각들이 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두려웠고

내가 알고 있다는 두려움 속으로 빠져다는 것이 두려웠다.

 

412페이지 2번째 단락 1번째줄

 

 

 

비행기사고로 졸지에 두아이와 아내를 잃은 짐머교수는,

오랜시간을 절망속에서 살아간다.

어느날 문득 본 TV속 무성영화속의 한 배우를 보고,

웃게 된 짐머는 그 이후 헥터라는 배우에게 집중하게 되고,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헥터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을 쓰게 되는게,

죽은줄로만 알았던 헥터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된다.

 

 

모든것이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가득한 책이었다.

 

헥터의 영화도, 앨머의 책도, 블루스톤 농장도_

그리고 짐머 스스로도.

 

그러나 위안이 되었던 것은,

사라졌던 이야기들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것 이라는 짐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산다는 짐머.

 

나의 일생과 관련된 이야기이든,

혹은 다른 누군가와 관련된 이야기이든,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고,

처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누군가를 웃게끔,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는,

꽤 멋진 희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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