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 섬진강 벚꽃
백수가 된지 이제 3달이 좀 넘었다. 처음 2달 정도는 마냥 즐겁기만 하더니 3달째가 넘어가니 슬슬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나름 영어와 스페인어 꽤 하는 지식인이거늘 그저 잉여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지 못한것 같다.
지금까지의 고민이 어떻게 또 해외에 나가볼까 였다면 이제부터의 고민은 뭐먹고 살지? 라는것. 현실은 나에게도 이렇게 잔인하게 다가와버렸다. 하아. 하고 싶은일이 너무 많다. 아직도. 이 나이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나의 빌어먹을 질풍노도의 시기는 끝나질 않는다.친구가 나를 섬진강에 데리고 가줬다. 계속 우울해하는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강변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난 벚꽃이 못견디게 좋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았다.
아, 봄이 왔다. 와버렸다. 2년 동안 파라과이에 살면서 이 벚꽃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즐거워하기로 했다. 젠장. 인생 뭐있냐며. 그저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스리슬쩍 무시하고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꺼야!! 라고 소리없는 아우성. 소심해서 소리는 못치겠다. 사실 눈치도 조금 보인다.
행복해지고 싶다. 누구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 평생 놀고 먹으면서 백수처럼 사는 건 싫다. 그건 너무 쓸모없어 보이니까.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내가. 혼자행복하기는 싫다.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딱 6개월 후. 나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백수는 벗어났을까? 한국에서 살고 있을까? 나 조금은 더 행복해졌을까?
백수, 즐기자 그냥. 햇살도, 따뜻한 바람도, 가슴벅차오르게 예쁜 벚꽃들도.
노래를 부르자. 눈감고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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