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방향을 두 개의 귀의 균형 속에서 결정할 수만 있다면,
방황하고 소모하는 시간들을 아주 조금은 줄일 수 있으리라.
30페이지 '방향'
마음에도 망막이 있다.
망막이 물체를 뒤집어서 받아들이듯,
나도 당신의 표현을 뒤집어보곤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표현 너머를 볼 수 없어서.
빛이 과하면 동공이 작아지고
빛이 모자라면 동공이 커지듯이,
빛을 한 아름 품고 달려오는 당신 앞에서
나는 언제나 마음이 무한대로 부풀고,
그렇지 않을 떄는 점처럼 작아지곤 한다.
32페이지 '빛'
혓바닥을 이루는 촘촘한 미뢰들이 맛을 감지해내듯이
나는 당신을 마음의 융단으로써 맛본다.
혀가 앞부분으로는 짠맛을,
뒷부분으로는 쓴맛을,
옆부분으로는 신맛을 감지하고
전체로는 단맛을 감지하듯이,
당신은 내 혀위에서 희로애락의 모든 맛을 낸다.
마음의 정면으로는
당신은 항상 짜지만, 마음의 뒤켠으로는 쓰디쓰지만,
당신 떄문에 마음의 옆구리는 한없이 시지만,
전체를 부감할 때 당신은 달다.
36페이지 '달다'
이런저런 것들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버려진 영역에서
싹을 틔우는 호감들을 아우르는 말임은 분명하다.
120페이지 '좋아하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57페이지 '중요하다, 소중하다.'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
행복은 자잘한 알갱이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상태이지만,
기쁨은 커다락 알갱이들로 후두둑 채워진 상태다.
59페이지 '행복, 기쁨'
경청은 그 어떤 침묵보다 신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순정하다.
경청은 열중하며 인내하며 증류한다.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누군가의 속깊은 말 한마디에 빙그레 지어지는 미소.
이것은 경청에 대한 별미다.
붉은 것으로 가득한 식탁에
조리를 하지 않고 올리는 흰 두부와다 같다.
때로는 울음을 경청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울음을 달래주는 데에는 동질감을 드러내는 것이 최상이지만,
그저 그것을 안으로 삼키며 경청은, 울음을 고스란히 덮어쓴다.
그러나 요란한 교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경청해준 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대꾸가 없다고 핀잔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경청에 대한 오해다.
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있다.
159 페이지 '경청'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수도없이 많다.
특히나 미묘한 표현에 강한 한국어에는 유독 많은 듯 하다.
많은 부분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그리고 때로는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는 설명들.
나와 같은 방식으로, 떄론 다른방식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글 속에는,
추상적이지만 마음이 동하는 부분이 충분히 존재했다고 본다.
마음뿐만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이렇게 써내려간다면,
나도 책 한권 낼 수 있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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