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창가로 돌아와서 이제 '그녀의' 문을 바라보고 있다.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변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늦은 밤 침대에 누워 검은 천장을 응시하다
난생 처음 자신이(그렇다, 아이 역시도!)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걸 알았을 때처럼 말이다.
위대한 소설책의 마지막 몇 구절을 읽을 때,
혹은 영화가 끝나고 암흑의 스크린만 남겨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대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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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가 잠에서 깨어나길 바랬다.
사라의 턱 아래까지 다시 이불을 덮어주고
고개를 들어 내 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기도란 아마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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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특별한 존재 같은 거 되고 싶지 않아요, 엄마.
노래를 불러도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이 세상엔 가수가 필요하니까요, 안그래요?"
사라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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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릴 때는 모든 사람들이, 온 세상이,
너의 꿈을 좇으라고 격려해주지.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찌된 영문인지
꿈을 찾아가려고 아주 작은 시도라도 할라치면
사람들은 몹시 불쾌해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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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디로 갔니?" 내가 조용히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보고 싶을 거야."
난 선물을 주워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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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런거지." 데커가 말했다.
"오밤중에 깼는데, 우유가 마시고 싶어 죽겠는 거야.
그래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내려와 캄캄한 어둠 속에
발가락을 내딛고는 고통 때문에 비명을 지른 다음
절뚝거리며 냉장고로 갔단 말이지.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불빛이 너무 휘황찬란한 거야.
'이제 살았다!'라고 한 마디 하고 우유가 담긴 종이팩을 열고
숨을 가다듬은 다음 입술을 들이댄다 이 말씀이야.
근데 우웩, 썩은 우유였어. 물론, 벙찌는 거지.
다시 우유팩을 닫고 냉장고에 도로 집어넣어.
또다시 암흑이지.
하지만 낡고 외로운 침대로 돌아갈 때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거야.
잠깐, 어쩌면 그 우유는 그렇게 심하게 상한 건 아닐지도 몰라.
난 아직도 목이 타는 걸? 그래서 다시 냉장고로 돌아가.
냉장고 불빛이 다시금 맘을 설레게 하지.
다시 조심스레 쩝쩝 맛을 보지만 역시 상한 맛인 거야.
이게 바로, 적어도 내가 겪었던 거의 모든 남녀관계에
들어맞는 은유라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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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돌아서서 언덕을 올라 집으로 향했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상쾌했다.
내가 생거만한 나이였을 적에 제일 좋아했던 것을 떠올렸다.
거리로 나가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내가 고아라고 상상하곤 했다. 그러면 항상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이스트 강 근처에서 다시 그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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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배우 에단 호크가 쓴 자전적소설이다.
제목만 봐도 한눈에 연애소설이구나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냥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같은 느낌도 준다.
남녀의 만남에 있어서, 참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것은 아마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배우였던 윌리엄이 언제나 '척'만 하는 거라며 비난했던 사라는
마지막 순간 헤어질 때 자신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윌리엄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 인걸까_ 라고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지만,
늘 그렇듯 나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어려운 문제다.
내가 정의 하는 '나'와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나' 모두 다
결국 '나' 임으로.
그렇지만 마음속에 간절히 소원하기는,
언제나 진짜 '나' 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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