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
- 국제선 비행기 향수병
증상
- 하늘에 비행기를 보면 눈을 못 뗌.
공항 사진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림.
경로 및 진행사항
- 데스크탑에 있는 사진들을 노트북으로 옮기며 그동안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모두 다시 한번 꺼내보게 되었더랬다. 그 때 그곳의 사람들, 음식들, 장소들, 분위기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 때 그곳의 나 자신. 너무나도 건강해 보이는 내웃음이 코끝이 시릴만큼 반가웠다.
결코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좀 더 밝고, 자유로운 나의 모습에 지금 나의 모습은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들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이 느끼는 보람이 적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고 내 스스로 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자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게는 그런건 힘들다. 절대 그 사람들이 잘 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더 의미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 좀 더 어린나이에 어떠한 경력을 쌓고 좀 더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젠장. 생각이 바뀌고 있다.
벌써부터 나의 경험을 한정시키기에 나는 너무 어리다. 세상물정 모르는 청년의 꿈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겠으나 나의 시야를 고정시키기에 이 세상은 너무나도 넓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뭘까,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이 뭘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이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일이 좋다. 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좋다. 비행기 타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나의 이야기는 말보다 글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 통기타의 소리가 좋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일이 좋다. 늦은 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좋다. 밤공기가 좋다.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 남자친구의 어떤면이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실 처음에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것을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언어적 표현으로 정의 내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이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현실이라는 것에 강하게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현실을 회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바탕으로 물질적인 풍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더" 좋아하고, "더" 잘 해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노력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고, "더" 깊은 내 자신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분명히 물질적 풍요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내 자신은 물론이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확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_
나의 지금 이 병은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니 치유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 병은 나의 역마살과 조금 더 열린 사고방식을 위한 나의 욕심과 끊임 없는 자기계발을 향한 무한한 욕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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